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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투표 당선 (선거 구조, 유권자 선택권, 제도 개선)

by N정책정보 2026. 5. 21.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뉴스를 보다가 멈칫했습니다. 전국에서 500명 넘는 후보가 투표도 없이 당선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실감이 안 됐습니다. 특히 인구 50만이 넘는 경기도 시흥에서까지 무투표 당선이 나왔다는 소식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도권에 살고 있어서 무투표 당선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보면 언론에서는 늘 공천 경쟁 소식을 다루고 있어서 무투표 당선이 이 정도로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무투표 당선 : 선거인데 투표가 없다는 게 무슨 말인가

공직선거법 제190조에는 후보자 수가 선거구의 정수를 초과하지 않으면 투표 없이 당선인을 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뽑아야 할 의석 수만큼만 후보가 나오면, 유권자가 한 표도 행사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자동으로 당선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전국 2,349개 선거구 중 307곳, 약 13%가 무투표 선거구로 확정됐습니다. 제가 직접 수치를 찾아보니 500명이 넘는 무투표 당선 추정 인원 중 민주당이 306명, 국민의힘이 197명을 차지했습니다. 경북에서는 도의원 선거구 56곳 중 23곳, 41%에 달하는 선거구에서 경쟁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제가 이 수치를 보면서 느낀 건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었습니다. 선거라는 게 결국 경쟁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인데, 그 과정 자체가 사라진 지역이 이렇게 많다는 게 제 눈에는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투표 당선이 확정되면 해당 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은 일체 금지됩니다. 공보물 발송도, 현수막 게시도 안 됩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앞으로 4년간 무슨 정책을 펼칠지 알 방법이 없어지는 겁니다.

구조적 원인: 소선거구제와 패권정당 체계

경북대 정외과 하세헌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무투표 당선 급증의 핵심 원인으로 소선거구제(小選擧區制)와 2인 선거구 구조, 그리고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고착화가 꼽힙니다. 소선거구제란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만 뽑는 제도로, 1등만 당선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열세 지역에서는 소수정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논문은 2인 선거구 문제도 짚었습니다. 2인 선거구란 한 선거구에서 2명을 뽑는 방식인데, 거대 양당이 각각 1명씩만 후보를 내면 사실상 나눠 가지는 구조가 됩니다. 

또 언론에서는 시흥시장 사례가 많이 보도 됐는데,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못했고, 결국 민주당 후보의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습니다. 인구 50만 이상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이런 일이 생긴 건 1995년 지방선거 도입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패권정당 체계(覇權政黨 體系)가 작동하는 결과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패권정당 체계란 특정 정당이 한 지역의 정치 권력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를 뜻하며, 다른 정당이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인 선거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유권자 선택권 박탈, 그리고 제도 개선 논의

무투표 당선이 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지만 경쟁 없는 당선인은 견제할 사람이 없습니다. 또 소수정당 후보들은 현실적으로는 자금력 차이 때문에 후보를 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선거 비용은 사후 보전(事後 補塡) 방식으로 지원됩니다. 사후 보전이란 선거가 끝나고 일정 득표율 이상을 기록했을 때 지출한 비용을 국가가 돌려주는 방식인데, 선거 전에는 자력으로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자금력 차이가 시작부터 후보들 간의 격차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개선 방안으로는 여러 논의가 있지만 제대로 실현된 게 없다는 점이 답답합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주요 개선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3~5인 중대선거구제 확대: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아 다양한 정치 세력이 진출하게 하는 방식
  • 단독 후보 찬반투표제 도입: 무투표 당선 후보에 대해 최소한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
  • 비례대표 정수 확대: 광역의회 비례 비율을 더 높여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경로 확대
  • 선거 비용 사전 지원: 사후 보전 방식을 개선해 소수정당도 최소한의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무투표 당선이 반복될수록 유권자는 '어차피 내 한 표는 의미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체념이 쌓이면 지방선거 투표율은 더 내려가고, 지역 정치는 더 단단하게 특정 정당이 독점하게 됩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거대 양당이 먼저 손해 보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면서도,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변화가 아직도 시작조차 안 됐다는 점이 솔직히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번 6월 3일, 투표하러 가는 길에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사는 선거구에서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혹시 내 투표권이 시작부터 제한되어 있지는 않은지. 선거를 더 나은 선거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그 문제를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참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무투표선거구 후보자 명부 | 후보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최근선거)
하세헌, '지방선거의 무투표당선 실태 및 입후보자 증대 방안-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중심으로-', 경북대학교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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